새벽의 틈새: 삶과 죽음, 그리고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지만, 마지막 순간은 누구나 다 똑같다.”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치다 소노코의 장편소설 『새벽의 틈새』는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가족장 전문 업체 ‘게시미안’을 배경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과 그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소설은 단지 장례라는 주제를 넘어, 남겨진 이들의 슬픔, 삶에 대한 후회, 그리고 ‘나답게 산다는 것’의 본질을 탐구한다. 또한 여성의 삶과 주체성에 대한 문제를 예리하게 다루며 현대 사회의 고정된 성 역할과 사회적 기대를 비판한다.
죽음의 끝에서 삶을 배우다: ‘게시미안’을 둘러싼 이야기
소설의 주 무대는 장례 전문 업체인 ‘게시미안’이다. 장례지도사 ‘사쿠마 마나’는 고인을 정성껏 모시며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는 데서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의 직업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과, 가족과 연인조차 그녀의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나는 결국 자신의 직업을 인정하지 못하는 연인과 이별을 선택한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히 직업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 아니다. 그것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한 여성의 결연한 의지다.
게시미안에서 함께 일하는 신입사원 ‘스다’ 또한 이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다. 자신을 괴롭혔던 동창의 부친상을 맡게 된 그는 처음엔 당혹감을 느끼지만, 점차 죽음을 둘러싼 가족의 슬픔에 공감하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게시미안은 단순히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부재와 존재의 간극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독자들에게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여성의 삶이란 무엇인가?”
『새벽의 틈새』는 삶과 죽음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소설 속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서 ‘여성다움’이라는 사회적 틀과 싸우고 있다. 주인공 마나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어머니와 언니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을 이유로 장례지도사 일을 그만두라고 종용한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조차 그녀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며, 결국 마나는 연인과 결별한다. 이 장면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특정 역할과 이미지를 강요하며, 그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마나의 친구 후코는 시댁의 요구로 결혼식을 치르고,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커리어를 단절당한다. 미용사로서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후코는 결국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나선다.
마나와 후코의 이야기는 ‘여성다움’이라는 명목으로 금지되고 제한된 삶이 얼마나 억압적인지 고발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나다운 삶’을 주장하며,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새벽의 틈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는 시간
이 소설의 제목 ‘새벽의 틈새’는 낮과 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상징한다. 새벽은 우리가 지나온 어둠과 다가올 빛의 간극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이다. 소설 속 게시미안은 바로 이 새벽의 공간적 구현으로, 죽음을 다루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장소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는가? 내 마음속에는 어떤 슬픔과 분노가 자리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질문은 단지 소설 속 등장인물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결론: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
『새벽의 틈새』는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갈등과 고민을 탐구한다.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자신이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이 소설은 단지 죽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성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적이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마치다 소노코의 문학적 역량이 빛나는 순간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다운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메시지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헤르츠 고래들(외로움, 연대, 만남) (0) | 2025.01.07 |
---|---|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작은 위로와 온기, 일상 속 특별함, 캐릭터) (4) | 2025.01.07 |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청춘, 인간의 내면, 인생의 파도) (0) | 2025.01.06 |
도서실에 있어요(삶의 의미, 성장 이야기, 인생의 파도) (0) | 2025.01.05 |
월요일의 말차 카페(삶의 이야기, 따뜻한 연결, 삶의 작은 기적) (0) | 2025.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