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눈박이 원숭이(루저, 상징, 부조리)

by 아리하루 2025. 1. 23.
반응형

외눈박이 원숭이 책 표지

부조리한 현실 속 ‘루저’들의 따뜻한 공동체

《외눈박이 원숭이》는 신주쿠 뒷골목의 낡은 2층짜리 아파트 ‘로즈플랫’을 배경으로,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공동체를 그려냅니다. 주인공 미나시는 이곳에서 탐정사무소 ‘팬텀’을 운영하며 도청 전문 탐정으로 이름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곁에는 각기 다른 상처와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모여들어 독특한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발음이 독특한 노하라 영감님, 속정 깊은 마키코 할머니, 신이 내린 카드 예언의 귀재 도헤이, 쌍둥이 자매 도우미와 마이미 등 로즈플랫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으로는 ‘루저’로 평가받지만, 작품 속에서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쿨한 인물들로 그려집니다. 이들의 유쾌한 대화와 개성 넘치는 행동은 작품 전체를 경쾌하게 이끌며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소설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지닌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작은 공동체 속에서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작품이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미치오 슈스케는 이들을 통해 비주류로 밀려난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개의 사건, 하나로 연결된 운명

《외눈박이 원숭이》는 두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구로이 악기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7년 전 미나시와 특별한 관계였던 여인 아키에의 자살사건입니다.

구로이 악기사의 살인사건은 미나시가 도청 중에 목격하게 되며, 이 사건에 미스터리의 중심축이 자리 잡습니다. 미나시는 도청을 통해 단서를 쫓으며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로 고용한 후유에의 행동이 점점 의심스럽게 느껴집니다.

또 다른 사건은 미나시의 과거와 얽힌 아키에의 자살입니다. 미나시는 그녀의 죽음을 여전히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으며, 이 사건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건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독자들은 커다란 반전과 감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외눈박이 원숭이"라는 상징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작품의 제목인 《외눈박이 원숭이》는 단순한 은유 이상의 깊은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 민화에서 차용된 이야기로, 두 눈을 가진 원숭이가 외눈박이들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나시는 이 이야기를 통해 "원숭이가 빼버린 것은 자존심"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는 작품 속 인물들이 자신을 사회에 맞추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 혹은 상처받으면서도 지켜내려 했던 것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로즈플랫의 사람들, 그리고 후유에 와 미나시 모두 "외눈박이 원숭이"처럼 주류 사회에서 배제되고 상처받았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긍정하고자 노력합니다. 이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미스터리를 넘어선 감성적인 여운

《외눈박이 원숭이》는 단순히 트릭과 반전에 의존하는 미스터리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감성과 따뜻한 시선이 중심에 놓여 있는 작품입니다.

미나시는 후유에와의 관계, 그리고 그녀와 얽힌 사건들을 파헤치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그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상처와 감정을 치유하며 성장해 갑니다.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독자들은 단순히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과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됩니다. 이는 미치오 슈스케 특유의 감성 미스터리가 가진 매력으로,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을 모두 사로잡습니다.

결론

《외눈박이 원숭이》는 치밀한 트릭과 반전,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진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사회에서 밀려난 인물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엮이는 서사 구조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는 비주류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미스터리를 넘어 인생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외눈박이 원숭이》는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한 감성을 가진 소설로, 따뜻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