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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인간 본성, 혐오의 본능, 삶의 본질)

by 아리하루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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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해즐릿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책 표지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평: 인간 본성과 현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 선집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인간 본성과 사회를 예리하게 해부한 통찰로 가득하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이 책은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였던 해즐릿의 날카로운 문장이 담긴 에세이들을 엮은 작품이다. 그는 단순히 당대의 사조를 따르는 비평가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시작을 분석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사상가로, 조지 오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어권 최고의 에세이스트로 평가받는다.

183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통찰은 오늘날에도 놀라운 시의성과 보편적 호소력을 가진다.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욕망과 모순, 그리고 사회적 구조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억압은 여전히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 혐오의 본능: 인간 본성에 대한 신랄한 분석

책의 표제작인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혐오라는 감정이 인간 본성과 사회적 행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탐구한다. 해즐릿은 사람들이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보며 느끼는 기묘한 쾌락, 그리고 이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욕망을 냉소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혐오할 것이 없다면 삶은 고인 물이 될 것이다”라는 통찰을 통해, 인간 본성이 단순히 선하거나 고귀한 것만은 아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의 관찰은 현대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현상, 그리고 타인의 불행을 소비하며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쾌감을 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해즐릿은 이러한 감정의 뿌리를 탐구하며, “감정은 이해보다는 열정과 한편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인지를 역설한다.

2. 죽음, 질투,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

이 책에는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 「질투에 관하여」와 같은 인간 본성과 감정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다.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에서 해즐릿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심리적으로 탐구하며, 삶의 의미를 되짚는다. 그는 삶을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자체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다고 지적하며,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통찰은 오늘날 죽음과 관련된 철학적 논의나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담론과도 맞닿아 있다.

한편, 「질투에 관하여」에서는 질투라는 감정을 단순히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것이 정의감과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해즐릿은 사람들이 진정한 재능과 가치를 알아보며 존경을 표할 때 느끼는 감정과,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반발심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감정을 넘어 사회적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3. 에세이스트 해즐릿: 현대 비평의 토대를 세운 선구자

해즐릿은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사상가로, 그가 남긴 글들은 현대 비평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셰익스피어를 최고로 평가하며, 현대 문학 비평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해즐릿이 글을 통해 보여주는 시선은 지금도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그는 인간의 본능, 감정, 그리고 사회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며, 이를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낸다. 그의 글은 단순히 읽는 즐거움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그를 “강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평가하며, 그의 에세이를 다시 조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즐릿은 단순히 문장가로서의 재능을 넘어, 사상가로서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용기를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4. 오늘날에도 유효한 해즐릿의 메시지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단순히 과거의 글을 모은 선집에 그치지 않는다. 해즐릿이 다룬 인간 본성과 사회적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언론 매체의 조직적 공격”과 같은 내용은 현대의 미디어 환경에서 벌어지는 가짜 뉴스와 인신공격, 그리고 여론 조작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해즐릿이 지적한 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는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해즐릿은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본성과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결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단순히 과거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현대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질문을 던진다.

해즐릿의 날카롭고 신랄한 문장은 독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그의 글은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라”, “질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렬한 울림을 준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독자들에게 인간과 사회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철학적 성찰과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문제와 인간 본성의 모순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영어권 최고의 문장가로 평가받는 해즐릿의 글은, 단순한 읽는 즐거움을 넘어, 우리가 사유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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