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98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서평 – 반복되는 일상 속 자유의 의미를 묻다현대 사회의 은유, 모래 구덩이에 갇힌 인간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일본 문학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소설로, 현대인의 소외와 반복되는 일상의 부조리를 알레고리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남성이 ‘모래 구덩이’에 갇혀 매일 모래를 퍼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시작되지만, 단순한 생존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존재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서사로 확장된다.책의 설정은 극단적으로 허구적이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주인공이 모래 속에서 갇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현대인이 일상이라는 굴레 속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결국은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2025. 2. 24. 기묘한 이야기들(올카 토카르추크) 『기묘한 이야기들』 서평 – 일상의 틈에서 스며든 기묘한 세계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다올가 토카르추크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제목 그대로 ‘기묘함’을 핵심으로 삼는다. 하지만 단순한 판타지나 초현실적인 설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 속에서 조금씩 낯설고 불가해한 요소들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의 법칙이 뒤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책은 총 열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들은 독립적인 듯하면서도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낯선 존재, 정체성의 혼란,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믿어온 것들이 과연 진실인가에 대한 질문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일상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기.. 2025. 2. 21. 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장편소설) 『거의 황홀한 순간』 서평 – 지옥 끝에서 마주한 구원의 서사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 운명처럼 얽히다강지영 작가의 거의 황홀한 순간은 운명과 폭력, 사랑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강렬한 소설이다. 서울에서 꿈을 접고 고향 연향으로 돌아온 하임, 그리고 남편의 학대 속에서 딸을 지키려는 무영.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던 두 여성은, 역무원 지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얽히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맞이한다.하임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며, 지완을 자신의 나디샤스트라(힌두교에서 사람의 운명이 기록된 책) 속 남자라 믿는다. 반면, 무영은 삶의 무게 속에서 사랑과 운명을 논할 여유조차 없는 인물이다. 그녀의 현실은 너무나 참혹하고, 남편 희태의 학대는 끝없이 그녀를 옥죄어 온다. 이 대비되는 두 여성의 서사.. 2025. 2. 17. 마이클 K의 삶과 시대(J. M. 쿳시) 존재의 의미를 찾아 떠도는 삶 –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서평경계에 선 자, 마이클 K의 고단한 여정J. M.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단순한 생존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사회에서 어떻게 배제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은유다.주인공 마이클 K는 입술 기형을 가진 유색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르게 살아왔다. 그는 평생 정원사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가려 하지만, 내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다. 병든 어머니를 수레에 태우고 그녀의 고향으로 가려 하지만, 길 위에서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이후 그는 남겨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지만, 전쟁과 사회 체제의 폭력 속에서 끝없이 떠돌게 된다.이 여정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그가 세계와 .. 2025. 2. 15. 폴란드인(J. M. 쿳시) 사랑, 음악, 그리고 기억 – 『폴란드인』 서평쇼팽의 선율처럼 흐르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J. M. 쿳시의 폴란드인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사유이자, 예술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다.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와 바르셀로나 음악 서클의 여성 베아트리스 사이의 관계를 따라가며, 소설은 감정의 미묘한 결을 탐색한다.피아니스트 비톨트는 쇼팽을 연주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베아트리스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향한 감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서툰 영어로 구애하는 비톨트, 그를 향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점차 변화하는 베아트리스. 두 사람의 감정선은 마치 쇼팽의 곡처럼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때로는 격렬한 전환을 맞.. 2025. 2. 14. 모스크바의 신사(에이모 토울스) 우아한 생존기, 시대를 초월한 신사의 품격 – 『모스크바의 신사』 서평혁명의 시대, 호텔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는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격변하는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 귀족이 ‘가택연금’이라는 형식으로 평생을 호텔에서 살아가며 시대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정치적 논쟁이나 혁명의 비극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아함과 인간적인 품격이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1922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로스토프 백작은 ‘과거의 유산’으로 간주되어 총살형을 받을 뻔하지만, 한 편의 시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그는 모스크바의 고급 호텔 메트로.. 2025. 2. 13. 이전 1 2 3 4 5 6 7 8 ··· 1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