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신》은 여성 작가 15인이 모여 여성과 소수자를 대상화하는 차별적 언어와 멸칭에 맞서, 이를 전복하고 새롭게 재해석한 이야기들을 담은 앤솔러지입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문화를 가진 작가들은 신화, 역사, 현실, 우화를 넘나들며 여성의 언어와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되찾는 이야기
《복수의 여신》은 단순한 단편집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여성을 비하하고 억압하는 언어와 신화적 서사를 전복하는 강렬한 선언입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뜨개질하는 요물들」은 남성 중심 신화에서 희생자나 피해자로 등장하던 세이렌과 오리너구리, 뱀파이어 같은 존재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합니다. 이들은 "경계의 존재들"로서 모임을 결성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여성의 유혹과 강렬한 존재감에 얽힌 부정적 서사를 재해석합니다.
카밀라 샴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에서는 남아시아 설화 속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여성 영혼 ‘추라일’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고통을 단순히 희생으로 소비하지 않고, 가부장제의 억압과 사회적 불의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추라일의 존재를 부각합니다.
이처럼 《복수의 여신》은 여성의 목소리를 앗아간 서사를 비틀어, 그 목소리를 복원하고 새로운 힘을 부여합니다.
멸칭에 담긴 차별을 넘어
이 작품집은 ‘비라고virago’라는 출판사의 이름에서 출발합니다. ‘비라고’는 본래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뜻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문제를 일으키는 드센 여자’라는 멸칭으로 쓰여 왔습니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은 멸칭이 내포하는 차별을 이야기 속에서 조롱하고, 파괴하고,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시킵니다. 예컨대 클레어 코다의 「호랑이 엄마」에서는 타이거맘이라는 멸칭을 아시아 여성들이 자신과 자녀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강렬한 상징으로 변모시킵니다. 호랑이로 변신한 엄마는 자녀를 괴롭히는 세상에 맞서며, 여성의 분노와 보호 본능이 단순한 비하를 넘어 영웅적 행위로 승화됩니다.
또한 시엔 레스터의 「진짜 사나이」는 여성의 정체성과 성소수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 인물이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펼쳐지는 앤솔러지
이 책은 단순히 페미니즘 문학으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열다섯 편의 작품은 여성의 몸과 정체성뿐만 아니라, 퀴어, 이민자, 기후위기, 세대 갈등 같은 현대적 이슈까지 다루며 더욱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합니다.
레이첼 시퍼트의 「피압제자의 격분」은 1942년 폴란드에서 독일군에 맞선 여성들의 용맹한 저항을 다룬 작품으로, 전쟁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여성들의 강인함을 조명합니다.
한편, 헬렌 오이예미의 「악플대응팀」은 현대 인터넷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이버 불링을 소재로 다룹니다. 악플을 방어하고 멘탈을 강화하는 직업이라는 독창적인 설정 속에서, 작가는 젊은 세대가 직면한 새로운 갈등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냅니다.
이처럼 《복수의 여신》은 시대와 국경, 장르를 초월하며 여성과 소수자의 이야기를 더욱 확장된 시각으로 다룹니다.
유머와 상상력으로 전복한 신화
이 책은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상상력으로 그 무게감을 덜어냅니다.
엠마 도노휴의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에서는 가사 노동을 혁명적으로 바꾸려는 하녀 캐서린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결혼과 가부장적 구조에 대한 풍자를 전합니다.
또한 캐럴린 오도노휴의 「포르노 배우의 우월함」은 중년 포르노 배우로서 재기에 성공한 주인공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싸워가는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된 여성 서사
《복수의 여신》은 단순히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책 속의 열다섯 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소재와 형식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보편적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예컨대, 스텔라 더피의 「용 부인의 비늘」은 갱년기를 맞은 여성이 자신의 몸과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상징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나이 들어가는 몸을 마주하고, 삶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여성을 잇는 곳에 문학이 있고, 그 문학을 통해 세대와 성별, 국경을 넘어 세계의 모든 고통과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복수의 여신》은 여성과 소수자를 억압했던 기존의 언어와 서사를 파괴하고, 그것을 새로운 가치로 전복한 작품집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차별적 언어와 멸칭을 되돌아보고, 이를 유머와 휴머니즘, 그리고 상상력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글쓰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강렬한 영감을 선사합니다.
불평등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전복적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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